통역 사퇴·자원봉사자 도박 … 국제 망신 광주U대회, 장·단점 파악 철저대비해야
어제 밤 광주에 있는 지인에게서 ‘카톡’ 한통을 받았다. “인천이 엉망이라는데…그렇게 심해요?”라는.
사실 엉망이다. 부끄러울 정도다. 일부에선 국제적 망신이라고 혹평한다.
인천아시안게임의 흥성과 안녕을 상징하는 성화가 이틀 만에 센서 고장으로 불이 꺼지는가 하면, 배드민턴 경기장에선 정전으로 경기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선수촌에서는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선수들이 22층까지 걸어 올라가는 일이 발생했다.
‘IT 강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대회 운영은 어떤가.
늦은 밤 셔틀버스가 운행을 멈춰 길을 모르는 외신기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통역요원들은 보수가 적다며 100여명이 집단으로 그만뒀다. 식중독균 검출로 도시락 배달이 중단돼 늦게까지 점심을 못 먹은 선수들도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경기 관람에 정신이 팔려있거나, 심지어 야구장에서는 훈련 볼을 함부로 가져다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벌어졌다. 비치발리볼장에 배치된 자원봉사자들은 카드게임을 하고, 카바디 운영지원요원들은 화투 도박판을 벌이다 적발됐다. 일부 자원봉사들은 일본 관중을 ‘×××’라고 놀려 구설수를 일으키기도 했다.
낯 뜨거운 일들이다. 차마 국제대회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일각에선 초등학교 체육대회도 이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비아냥이다.
시민의식도 실종됐다. 평소 8만원 선이던 숙박비가 16만원으로 뛰었고, 길을 물을라치면 미리 손사레친다. 안내를 맡은 자원봉사자들마저도 길을 물으면 갈팡질팡이다.
하지만 광주에는 이런 것들이 모두 보약이다. 내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준비하고 운영해야 할 광주는 ‘이래선 안 된다’는 확실한 자각을 주기 때문이다. 인천이 반면교사인 셈이다.
현재 인천아시안게임에는 광주U대회를 준비하는 요원 50명이 파견돼 있다. 종합상황실을 비롯해 각종 경기장, 선수촌, 미디어센터, 자원봉사자 관리 등 대회 시작 전부터 현장에서 뛰고 있다. 이들에게는 인천아시안게임이 광주U대회를 점검하기 위해 치르는 프레대회인 셈이다. 이들의 경험과 헌신이 광주U대회의 성공 열쇠가 될 터다.
종합상황실에 파견 근무 중인 기창용 씨는 “머릿속으로만 개·폐회식 등 상황을 그렸는데 실제 와보니 다른 게 많았다.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기 씨는 대회 운영 미숙에 대해 “언론에 뭇매를 맞는 게 안타깝다”며 “하지만 경기 관리·TV 중계 등 잘하는 것도 많은데 알려지지 않고 있다. 강점은 적극 홍보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