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넘게 실종자 가족 건강챙기는 안마봉사자들
목포에서 안마사로 일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임정국(49)씨는 지난 5월 7일부터 두달 넘게 실종자 가족을 위해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안마봉사를 하고 있다. 임씨는 자신이 지부장으로 있는 (사)대한안마사협회 전남지부 회원 등 12명과 체육관 한편에 ‘안마·가족안정실’을 열었다. 안마사협회 15개 지부는 번갈아 진도 체육관과 팽목항을 찾아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주야간 2개조로 나뉘어 가족들의 아픔을 함께했다.
임씨는 “뭉친 근육을 푸는 것과 더불어 우울증까지 걸릴 수 있는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주기 위해 안마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정실을 찾는 가족들에게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안마법을 알려주면서 틈틈이 건강을 챙길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날은 안마사협회 부산지부 회원 4명이 전날부터 쉴틈없이 안마봉사를 하고 있었다. 박규태(65·시각장애1급)씨는 부산 사투리가 짙게 베어나오는 말투로 “아직 대학도 안 간 아들·딸내미를 둔 젊은 사람들이 늙은 나보다 더 근육이 뭉친 걸 보니 마음이 얼마나 짠한지 모릅니더”라며 5분도 채 안되는 휴식시간을 뒤로 하고 다음 안마봉사를 위해 가족안정실로 들어갔다. 휴식시간에도 주위의 도움을 받아야 화장실에 가거나 물 한 모금을 마실 수 있는 처지지만 실종자 가족들을 생각하면 불평 한마디 할 수 없다.
박씨는 실종자 가족 어머니 안마를 하는데 “유병언이 발견됐다면서요? 우리 딸은 저 찬 바다에 잠겨있을텐데 그 사람은 어떡하다 그리된건지…”하고 한숨을 내쉬는데 변변한 위로의 말을 건네지 못해 묵묵히 안마를 할 수 밖에 없어 안타까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간혹 고된 노동에 안정실을 찾는 자원봉사자들도 있는데 “앞을 보지는 못하지만 가족들에게서는 몸에 서려있는 한을 느낄 수 있어서 누가 가족인지 봉사자인지 금방 구분이 된다”고 말했다.
박씨는 ‘실종자 가족이 10가족으로 줄었지만 이들이 모두 진도 체육관을 떠날 때 까지 계속 안마 봉사를 할 계획이다”며 “하루 빨리 아이들이 엄마 아빠 품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진도=백희준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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