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모두 찾을 때까지 남겠다”
진도 적십자사 조왈현씨 세월호 참사후 매일 실종자 가족에 배식봉사
입력날짜 : 2014. 07.14. 20:44
“실종자 가족이 모두 떠나고 정리되는 마지막까지 남겠습니다.”
세월호가 침몰한 4월16일부터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에게 밥차로 음식을 제공해온 조왈현(50) 대한적십자사 진도지구협의회 회장은 14일 담담하게 향후 활동 계획을 밝혔다.
사고 첫날 회원들과 함께 배식 봉사활동을 시작한 조 회장은 최근 태풍 ‘너구리’로 잠시 식당 천막을 접었다가 이날 다시 체육관 뒷마당에 천막을 쳤다.
무더운 날씨에 땀이 줄줄 흘러내렸지만 조 회장은 밝은 표정으로 “날씨가 좋아져 천막을 치게 돼 다행”이라며 활짝 웃었다.
지난 4월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소식을 들은 조 회장은 모포 1천개를 들고 체육관에 달려왔다.
물에 젖어 추위에 떠는 생존자들에게 모포를 나눠주고 밥차에서 배식 봉사를 시작했다.
가족을 잃은 충격과 슬픔에 젖은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특별식을 만들기도 하고 쟁반에 음식을 담아 직접 배달도 했다.
집에서 먹는 밥처럼 느낄 수 있도록 반찬도 집에서 직접 만들어 가져왔다.
밤 늦게 도착한 실종자 가족이나 자원봉사자들 탓에 다음날 새벽까지 적십자사 밥차의 불이 꺼지지 않은 때가 많았다.
실종자 수가 줄면서 자원봉사자들도 사고 초기보다 많이 줄었지만 조 회장의 일과는 변화가 없다.
매일 오전 6시에 체육관에 나와 식사를 준비하고, 팽목항을 오가며 배식 봉사를 하다 자정쯤 집에 들어간다.
김 양식이 본업이지만, 배식 봉사 때문에 ‘부업’이 된 지 오래다.
고3 딸과 고1 아들을 둔 조 회장은 실종자 가족들을 덮친 시련이 남 일 같지 않다.
조 회장은 “아이들을 생각하면 처음엔 울컥해져 언론 인터뷰도 사양했다”며 “석 달이 다 되니 가족들은 물론, 자원봉사자들도 힘들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묵묵히 아침 일찍부터 봉사활동을 함께해 준 적십자 회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실종자를 모두 찾아 현장이 정리될 때까지 남겠다”고 밝혔다.
/진도=박세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