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무능한 정부 성숙한 국민] 힘 보태는 자원봉사자들
세월호 참사 7일째를 맞는 22일 진도실내체육관에는 간간이 실종자 가족들의 흐느낌만이 들릴 정도로 적막감에 휩싸여 있다. 연단 위 설치된 화상 시스템에서는 사고 현장 주변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해경, 군, 민간잠수부 등이 맴돌고 있지만, 구조 소식은 없고 시신 인양에 따른 사망자 수만 늘면서 점점 희망의 끈도 희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만이 지난 16일 사고 발생 이후 마지막 남은 힘을 내고 있는 가족들 곁을 묵묵히 지켜주고 있었다.
“봉사가 아니라 어린 학생들에게 죄를 지은 것 같은 생각 때문에 죄인이 된 심정으로 여기 왔어요. 이름도 밝히고 싶지 않고 사진 촬영도 거부하겠습니다.”
40대 여성은 고개를 숙인 채 쓰레기봉투를 들고 다시 체육관 이곳저곳을 청소했다. 체육관 내외에서 자원봉사에 나선 사람들 대부분은 한사코 이름이나 얼굴을 알리는 것을 피했다.
어린 학생의 생사를 모른 채 아파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폐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에, 숙연한 마음으로 맡은 일만 하겠다는 것이다.
자원봉사자들은 ‘세탁서비스’, ‘혈당 체크’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체육관을 돌아다니며 가족들을 배려하기도 했다.
20대 대학생부터 80대 노인까지 체육관을 찾는 이들은 가족들과 되도록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전한다. 눈을 마주치면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는 이유다.
팽목항 실종자가족 신원확인실 뒤쪽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는 오모(85) 할머니는 “유족들이 서럽게 울고 가는 이곳이 더러우면 안 될 것 같아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청소한다”고 말했다.
구호물품도 잇따르고 있다. 소뼈를 고아 담은 생수통에서 속옷에 이르기까지 구호물품도 다양하다.
김병철(37) 진도군 방범연합회 사무국장은 “하루 1t 트럭 3대 분량씩 구호물품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핸드폰 충전기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광주에서 모금을 통해 이를 전달한 단체도 있다.
하상용(54) 사단법인 광주재능기부센터장은 “19일부터 이틀간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 등 SNS 글 게시를 통해 420여만원을 모금해 충전기 등을 구입한 뒤 남은 돈을 기부했다”며 “선뜻 100만원을 내놓은 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진도군민들도 실종자 가족들과 마음을 함께 하고 있다. 진도청년회의소 회원들은 지난 17일부터 회원 50여명이 교대로 24시간 물품지원 천막을 운영하면서 틈틈이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박용환(40) 진도청년회의소 회장은 “내 새끼가 저러고 있는데 무슨 밥이 들어가겠느냐며 밥 한 숟가락 못 뜨는 가족들을 보면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어 안타까울 뿐”이라고 미안해 했다.
정부의 뒷북 대응과 어설픈 대책 등으로 지칠 대로 지친 실종자 가족들에게 전국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고 있다.
/백희준·임준표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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