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치 않는 몸 이끌고 쓸고… 닦고… 즐거운 봉사
그는 광주시 남구 노대동 빛고을노인건강타운에서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8시간30분 동안 등 자기 집 가꾸듯 어루만진다. 여기저기 그의 손길이 가지 않은 곳이 없다. 이곳에서만 올해로 4년째.
그의 모습이 아름다운 이유는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이곳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자원봉사하는 마음으로 매일 같이 쓸고, 닦고, 줍기 때문이다.
빛고을노인건강타운에 조금이라도 더러운 곳이 있으면 언제나 정씨를 찾으면 다 되는 이곳의 천사 어르신. 입구 청소부터 운동장·수영장 샤워실·강의실·화장실….
그는 거의 온종일 거북이 등딱지처럼 가방을 메고 다닌다. 가방엔 면장갑과 비닐봉지가 들어있다. 어딜 가더라도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 등을 보면 바로 주운 뒤 비닐봉지에 담기 위해서다.
또 강의실·운동장 등 한 모퉁이엔 그의 빗자루와 마대·집게 등 청소도구가 있다. 몸이 불편해 들고다닐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만이 아는 장소에 청소도구를 각각 보관해둔 뒤 누군가 자신을 찾으면 곧장 달려가 청소도구를 꺼내 사용한다.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는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빛고을노인건강타운 유효진(여·31) 기획담당은 “이른 아침에 나오셔서 늦게까지 일하시는데, 본받을 점이 너무 많은 어르신”이라며 “정말 언제 보아도 한결같이 열심이다. 이 어르신 같은 분 몇 분만 계신다면 광주시내가 깨끗해질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주변 어르신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칭찬을 아끼지 않자 곧바로 손사래를 쳤다. 그의 손사래엔 오히려 남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묻어 있었다.
10년 전 허리 수술을 받아 몸이 불편하지만 그는 깨끗한 환경에서 수많은 어르신들이 운동하며 즐기는 모습을 보면 자신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는 특히 이곳에 정이 듬뿍 들어서인지 매일같이 보이던 분이 며칠 나오지 않으면 ‘어디가 아프신가.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 몹시 걱정이 된다며 오히려 다른 어르신들의 건강을 걱정했다.
이 때문인지 그는 이곳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그가 사는 동네에서도 그를 알아보는 이들이 많다. 빛고을노인건강타운 출근 전과 퇴근 후 동네 골목길 청소도 꾸준히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이 허락되는 한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는 그에게도 작은 바람이 있다. 건강을 더욱 챙겨 활동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그는 “건강을 챙긴다는 생각으로 청소를 시작했는데, 벌써 수년이 지났다”며 “청소하고 난 뒤에 깨끗해진 거리를 보는 것도 기분이 좋지만 무엇보다 내가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소를 하며 땀을 흘리니, 운동을 따로 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건강은 물론 주변환경도 깨끗하게 할 수 있다. 남을 위해 무언가를 베풀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흐뭇해 했다.
/이종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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