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로 '인생 2막' 즐기는 老부부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자원봉사로 '인생 2막'을 즐기고 있는 노(老)부부가 있어 화제다.
전남 화순에 거주하는 문석주 할아버지(82).김옥분 할머니(76) 부부는 매일 오전 8시께 집을 나서 군내 버스를 탄다.
문 할아버지 부부의 목적지는 15분 거리에 있는 화순전남대병원. 노부부가 자리를 잡은 곳은 병원 2층 로비.
병원 마크가 새겨진 하늘색 조끼와 흰 가운을 걸친 부부는 자연스럽게 흐트러진 로비 물품을 정리한 뒤 환자들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3시간여 동안 진료실과 수납과정 등을 친절히 안내한 노부부는 병원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1시께 다시 집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노부부가 화순전남대병원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한 것은 병원이 개원한 2005년부터다.
퇴직 후 별다른 소일거리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던 노부부는 집 인근에 대학병원이 개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할아버지가 도립병원 약제과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서울이 고향인 김 할머니도 6.25전쟁때 병원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다.
노부부가 자원봉사로 삶의 활력을 되찾자 주위 노인 10여명도 자원봉사에 합류했다.
"나이가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욕심이 없어지데요. 남을 도와가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릅니다. 그 행복은 나눌수록 더욱 커지고요" 문 할아버지의 자원봉사 예찬론이다.
노부부는 한달 노인연금 13만4000원과 아들, 며느리가 매달 보내주는 얼마의 용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나이가 드니 먹는 양도 줄어 식비가 많지 않다"는 노부부의 한달 생활비는 대부분 병원에 오가는 교통비와 아파트 관리비 등에 사용된다.
"이 나이면 좋은 세상 많이 산 것이지요. 행복을 원한다면 주위를 돌아보고 남과 함께 더불어 살면 됩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남편과 함께 매일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습니다"
자원봉사로 제2의 삶을 꾸려가는 김 할머니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한편 문 할아버지는 최근 전남도로부터 '10월 숨은 의인.선행자'로 선정돼 표창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