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가꿔 온 나무 기증한 최하영 씨
오순도순 자라온 나무들이다. 친한 친구처럼, 아니 형제처럼 함께 살아 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서로서로 의지하며 살아 왔다. 산등선에서, 비탈길에서 살아 왔지만 이제는 이사 가야 한다. 30여년 함께 해온 주인의 따스한 손길을 뒤로 하고 서로서로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 오고 있다.
북구 문흥동 산 40-1번지 일대에서 살아 온 은행나무와 단풍나무들은 지금 나날이 모여 자라고 있다. 눈주목과 연산홍, 동백나무, 옥향 등도 함께 자라고 있다. 서로들 친한 친구처럼 곧게 자라고 있지만 이제는 이웃 곁으로 가야 할 시간이 돼버렸다. 도심 속으로, 공원으로, 건물 앞으로 옮겨 가기 위해 헤어질 준비를 해야 한다.
각종 나무들의 생활터전이 내년 개통예정인 북구 각화 인터체인지에서 호남 고속도로로 이어지는 도로로 편입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6000평 가운데 2000평 정도만 편입돼 일부 나무들만 옮기면 된다.
“산이지만 친구들과 함께 가족이 노는 장소였습니다. 나무는 주로 아버님이 가꾸어 왔지요”
아버님과 함께 30여 년 동안 가꾸어 온 나무 185주를 북구에 기증하는 최하영(45) 씨.
야산이지만 아버님이 시간 날 때마다 취미 삼아 가꾸던 나무들의 터전 2000평이 호남고속도로 집입로로 편입돼 부득이하게 옮겨야 할 처지였었다.
“나무는 팔려고 키운 것이 아니라 취미로 심어서 가꾼 거예요. 길이 나게 되어 처음엔 팔까도 생각 했지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행정상으로 북구지역에 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북구에 기증하게 됐다는 최씨는 나무들의 터전인 6000평 가운데 도로로 편입되는 2000평에서 자라는 나무는 수백 그루지만 북구에서 직접 옮겨다 심을 수 있는 나무가 겨우 185주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서 185주만 기증하게 됐다고.
최씨는 은행나무 5그루를 비롯해 누워 있는 주목인 높이 2m, 길이 4∼5m정도의 눈주목 40그루, 높이가 4∼5m 정도인 청·홍단풍 70그루, 2∼3m 정도 되는 영산홍 50그루와 동백나무, 옥향나무 등을 기증했다. 기증된 나무는 북구 삼각동 남도향토음식박물관과 일곡제1근린공원, 문화근린공원에 심어질 예정이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함께 놀면서 나무도 가꾸었지요. 아버님의 땀과 노력이 깃들어 있어요.”
시간이 날 때 가꾸던 나무들이지만 이제 나무들이 이사 가게 되어 못내 아쉬운 듯 최씨는 “남은 4000평을 더 가꾸어 놓으면 차 타고 지나다 보면 느낌이 좋을 것입니다. 나무를 팔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 산에 나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특히 “자연적인 것을 좋아하지만 시민 누구나 하루 일과 속에서 나무를 보고 새로움을 느낀다면 행복할 것이다”고 최씨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