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곡동 주민들, 한새봉 자원활동가 양성 교육 참여
오리나무·수리딸기 나무 등 생태 자원 소중함 느껴
싱그런 봄 햇살 가득한 4월 27일 오전 10시. 북구 일곡동 뒷산 한새봉 산책로 입구에 간편한 복장에 등산화, 카메라, 물통, 필기구를 챙겨 든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두 팀으로 나눠 산을 오르기로 해요. 천천히 올라가면서 오감을 이용해 산을 느껴보세요.”
내장산 국립공원 자연해설가 박인숙(44) 씨의 설명에 따라 15여명이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산책로에 흐드러지게 핀 철쭉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조그마한 들꽃 큰 개불알꽃에 대한 이야기까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풀, 나무의 이름을 불러준다.
루페(사물을 돋보기처럼 확대해서 보는 기구)를 이용해 유심히 들여다 본 이름모를 들꽃이 전혀 다르게 다가오고, 이제 첫 말문이 트인 아이마냥 눈은 반짝반짝 빛난다.
조금씩 산을 오르는 무리에서 약간 뒤쳐진 왕광순(48) 씨. 땅에 몸을 바짝 기댄 채, 꽃에 카메라 렌즈를 가까이 가져가 본다. 예쁜 사진을 얻기 위해 준비해 온 물뿌리개로 꽃잎에 물방울도 맺히게 해본다.
“취미 삼아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한새봉에 피어있는 들꽃들 매력에 푹 빠졌답니다.”
산책로를 쭈욱 따라가며 이르른 길은 오리나무 길. 박인숙 해설가의 오리나무 이야기도 이어진다.
“한새봉을 지난 1년간 모니터하면서 발견한 보물 같은 장소입니다. 조상들이 거리를 알기 위해 오리마다 심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럼, 거울을 눈 아래에 두고 숲을 걸어볼까요.”
모두들 숨을 죽이고 거울을 들여다보며 숲길을 걷는다. 나를 가득 둘러싼 연두빛 잎사귀들이 마치 초록숲 바다 한가운데 있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 준다.
녹색 잎사귀들이 내뿜는 맑은 향기가 피톤치드라는 것도 알아가고, 눈으로 숲을 보고, 귀로 자연의 소리를 듣고, 손끝으로 나무와 풀을 어루만지며, 온 마음을 다해 숲의 향기를 느껴본다.
해설가의 설명을 열심히 수첩에 메모하는 이은주(39) 씨는 직장인임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 수업에 참가했다.
“평소 관심이 많았는데, 이런 자리가 마련돼 기꺼이 참여했습니다. 계속해서 빠지지 않고 다닐 생각입니다.”
내장산 국립공원 자연해설가 박헌주(32) 씨는 “흔히 지나칠 수 있는 나무와 풀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해, 자연에 대한 애착심, 보존의식 등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다”며 “자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자연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무사이로 자유롭게 넘나드는 청솔모, 호랑지빠귀, 박새, 5월 중순경이면 지천으로 열리는 빨간 수리딸기나무 열매가 있는 한새봉은 도심 속 소중한 자연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