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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아니었기에 살 수 있었어요”

작성자
북구자원봉사센터관리자
등록일
2006-07-12 00:00:00
조회수
2190
세탁소 운영하며 살아가는 조창근·강현정 부부

소아마비·저신장증 극복하고, 행복하게 살아가

소아마비장애를 지닌 조창근(47) 씨. 그는 현재 어엿한 세탁소 주인이며 또 사랑하는 부인과 지켜야 할 두 자녀의 아버지이다. 너무도 평범한 이 일들이 조씨에게는 왜 특별하고 고맙게 느껴지는 것일까.

어려운 가정 형편에 중학교를 졸업하고 주위의 권유로 동네 어르신 양복점에 들어가 일을 배우던 시절. 조씨는 기술은 가르쳐 주지 않고 허드렛일만 시켜 고생도 많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 뿐이다’는 일념으로 기술을 배웠다고 한다. 그가 더러는 ‘미친 짓’이라는 비아냥을 견뎌 내면서 양장 기술을 익힌 것은 자신의 장애를 비관하지 않고 인생을 소중히 생각했던 그의 남다른 인생관 때문이다.

“장애인이라는 편견을 가장 심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정작 자기 자신일 것입니다. 물론 장애를 받아 들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지금도 가끔 ‘장애인’이라는 딱지가 내 자신을 괴롭힐 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절대로 좌절하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독한 마음으로 배운 양장기술로 30년의 세월을 이어 올 수 있었다. 조씨에게 그 시절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도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라고 한다. 변화 없이 반복되는 생활, 겨우 살아 갈 수 있을 만큼의 소득, 사회 속에서의 시련과 좌절을 느낄 때 그 앞에 지금의 부인 강현정(37) 씨가 나타났다.

“평소에도 내가 바로 설 수 있는 길은 ‘결혼’이라는 걸 알았기에 하루하루 그 날을 기다리며 살았죠. 아마도 그랬기에 제 앞에 나타난 현정 씨가 더욱 아름답게 보였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인 강씨 또한 2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남편 조씨를 만났지만 생소하지 않았다고 한다. “항상 저를 웃게 하고 활발한 성격의 소유자여서 좋았어요. 하지만 제가 결혼을 결심하게 된 것은 바로 남편의 삶에 대한 강한 의지 때문이었다”며 당시를 생각하며 미소를 띄운다.

조씨는 사랑하는 부인을 위해 어렵게 배워온 양장기술을 토대로 북구 우산중학교 후문에 ‘화이트 세탁소’라는 이름으로 세탁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이때가 2004년이다. “내 가게가 있고, 내 사랑하는 남편과 가정이 있으니 누가 절 무시하겠어요. 이제 남의 밑에서 무시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가장 행복으로 다가왔어요. 남편에게 감사했다”고 강씨는 말한다.

서로를 알고부터 이들은 지겨우리만치 하루 종일 붙어 있지만 지금껏 그 흔한 부부싸움 한 번 하지 않았단다. 아마도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서로를 너무 아끼는 탓일 게다.

“아침 7시부터 저녁 11시까지 불편한 다리를 지탱하며 하루 종일 서 있는 남편을 볼 때 마음이 가장 아파요. 하지만 여기서 조금만 노력하면 더 좋은 날이 있기에 열심히 하고 있죠,”

그들의 또 다른 행복은 자신들의 사랑 밑에서 건강하고 명랑하게 자라준 두 자녀들이다. “아빠가 지금껏 달리지 못했던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 육상을 하겠다”고 말하는 첫째아이의 고백은 자신들의 삶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 준 눈물의 순간이었다고. “아이들에게 너무 고마워요. 장애 있는 부모가 부끄러울 만도 한데 밝고 명랑하게 자라줘서.”

먼 훗날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한 세탁기술 교육시설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조씨 부부가 아름다운 이유는 아마도 혼자가 아닌 둘이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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