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수·금 우산 어린이집 방문
기초한자 교육하는 이정남 어르신
“달 월, 불 화, 물 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어린이집 담장을 넘는다.
일주일에 세 번 북구 우산 어린이집을 찾는 이정남(75) 할아버지. 어르신을 위한 일자리 일환으로 마련된 북구 노인종합복지관의 ‘1·3 강사파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 할아버지가 어린이집 한문 선생님으로 활동한 지는 이제 두 달여. 공직 생활을 접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아름다운 어르신이다.
“손자들 같은 아이들과 공부도 하니 즐겁고, 잘 따르니 더욱 기분이 좋다”며 싱글벙글 하시는 이정남 할아버지.
월·수·금요일 오후 4시만 되면 어린이들에게 알려줄 한자 학습 자료를 챙겨들고 집을 나선다.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어린이들이 먼저 알아보고 “안녕하세요, 한문 선생님!”하고 인사를 깍듯이 한다.
4~5명이 한 조가 되어 나란히 앉은 아이들은 누가 더 예쁘게 한자를 썼는지 살펴보며, 자신의 노트에도 또박또박 한자를 써본다.
음과 뜻을 큰 소리로 말하며 열심히 한자를 써보는 지성이는 “이거 제가 쓴거에요. 잘 썼죠?”라며 자랑을 해본다.
이정남 할아버지는 한자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어떤 순서로 써야 하는지 등을 친 할아버지처럼 자상하게 일러준다.
또 친구들끼리 모르는 것은 서로 알려주면서 하도록 격려해 주기도 한다.
“아직 어리지만, 제법 잘 쓰는 아이들도 있어요. 수업이 시작되면 한 장을 써서 보여주도록 하는데, 처음 보다 아주 빠르고 바르게 쓰고 있습니다.”
어린이들 스스로 한자를 쓰며 습득할 수 있도록 천천히 둘러보며, 고사리손에 쥐어진 연필을 붙잡고 함께 써보기도 한다.
“한자를 쓰기 위해 한 획 한 획 정성을 쏟다보니, 성격이 저절로 차분해집니다. 머릿속에 글자를 그리다보니 기억력도 좋아지구요.”
손자같은 어린이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이 할아버지는 작은 일이지만, 현재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싶으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