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마음’ 밝혀주는 봉사!
함께 식사하고 말벗하며 쓸쓸한 마음 달래
의류·차량·식사 등 다양한 봉사 10년 째
북구 양산동의 평화의 집. 시각장애인들이 기거하는 이곳은 얼마 전 방송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진 곳이기에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수많은 사람들이 알고, 다녀가고 있지만 진정 이들의 쓸쓸한 마음을 채워주는 봉사자는 몇이나 될까.
북구주민 7명은 육체적 봉사와 함께 쓸쓸한 어르신들의 마음을 달래 주기 위해 이곳을 찾곤 한다.
말바우시장에서 의류업을 하고 있는 신명자(48) 씨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평화의집 식구들을 위해 옷을 조금씩 가져온다.
“서울에서 옷을 가져올 때 조금 더 가져오는 것일 뿐이에요. 경기가 풀리고 장사도 잘되면 더 좋은 옷을 많이 드릴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해 안타까워요.” 신씨는 말바우 장이 서는 날이면 올 수 없기에 장이 아닌 날은 되도록 자주 오려고 노력한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말하는 신씨는 오랜 병수발 경험을 가진 자신에게 평화의집 봉사는 그다지 부담되는 일이 아니다.
3년째 평화의집 봉사자들의 발이 되어 온 조정훈(52) 씨는 군대에서 불의의 사고로 한쪽 다리를 다쳐 장애인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조씨는 “자원봉사자들이 택시를 타고 봉사를 다닌다고 하기에 이제 자식들도 다 컸고 시간도 여유로우니 제가 여러분의 발이 되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자신의 몸이 불편하기에 처지가 같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봉사를 생각 했었는데 쉽게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봉사라고 말하기에도 쑥스럽지만 차량봉사를 할 수 있게 되니 정말 좋다”는 조씨. 그는 “자신이 아플 때 주변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이제라도 주위에 조금이라도 나눠주고 싶다”며 “서로 도와주며 사는 것이 우리네 인생인 것 같다”고.
한 달에 두 번 방문하는 곳이지만 평화의집에 오면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행복을 가져갈 수 있단다.
“우리가 평화의집에 온다고 해서 남들이 생각하는 특별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예요. 그저 집이 수선스러우면 청소하고 점심 때 되면 식사 준비해서 같이 먹고 이야기하고 그것이 전부예요.”
강향복(51) 씨는 모든 사람들이 봉사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평화의집 심기섭(59) 씨는 “강씨는 이제 10년지기 친구예요. 때로는 오빠, 동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며 “봉사자들이 찾아와 함께 점심 먹고 이야기 하고 가는 것이 우리에게는 즐거운 시간이다”고 말한다.
심씨는 어느덧 찾아 온 봄에 문득 문득 봄나들이를 가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며 날씨가 풀리고 따뜻해지면 봉사자들과 평화의집 식구들이 함께 집 앞이라도 나가 봄바람을 쏘이고 싶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