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동강대학 협력, 12월까지 목욕서비스
주5회 50여 명, 거동 불편 어르신 등에 실시
“할머니, 사과 좀 드셔봐.”
“이 누룽지 좀 들고 히여.”
오고 가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 버스 안에는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겨울잠 자던 개구리도 깨어난다는 3월 6일 경칩. 북구 우산동 우산주공아파트 단지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버스 안으로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한다.
홀로 사는 어르신들, 거동이 불편한 중증 장애인들을 위해 북구와 동강대학 건강증진센터가 관학 협력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는 ‘이동목욕 서비스’를 위한 발걸음이다.
첫 번째로 목욕을 마치고 나오던 김연임(86) 할머니는 “개안하제. 혼자 하기 힘들어 죽겄는디, 구석구석 깨끗이 씻겨주고, 몸이 가뿐해서 집까지 날아갈 것 같네 그려”하며 즐거워 한다.
이동목욕 버스 운전을 하고 있는 이학자(41) 씨. 한 집안의 막내 며느리로 시부모님을 14년간 모시고 살면서 얻은 경험이 현재 봉사활동의 밑거름이란다.
“대소변 받아내면서 그렇게 모시고 살았지요. 해오던 일이라 내 부모님이라 생각하면 거리낌없이 해낼 수가 있지요. 방학중에는 아이들도 데려와 함께 봉사를 하고 있답니다.”
이동목욕 서비스가 시작됐던 1998년 첫해부터 참여하고 있는 이씨는 뜨거운 물 급수 및 배수를 위한 기계 작동, 휠체어로 어르신 모셔오기 등 여러 사람의 몫을 한꺼번에 해내고 있다.
한 사람을 목욕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0분.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부드러운 타월을 손에 든 자원봉사자들 서너 명이 구석구석 묵은 때를 말끔히 없애준다.
소매를 걷어 올리고 열심히 비누칠을 하고 있는 하미자(62) 씨는 손녀 수빈이(4)를 돌봐야 하지만, 항상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
“아직은 건강하니 베풀고 살아야지요. 내 몸이 성한 동안에는 계속 할 생각입니다.”
목욕 재계를 마치고 집으로 발길을 옮기는 나봉순(75) 할머니.
“봄볕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구만. 향기좋은 로션까지 바르고 나니 새색시가 된 기분이네.”
북구와 동강대학 건강증진센터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이동목욕서비스는 오는 12월까지 계속된다. 거동이 불편해 청결 유지가 곤란한 어르신과 중증장애인들을 위해 실시되는 것으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회 50여 명이 서비스를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