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나의 봉사활동을 돌아보며 - 내가 받았던 간병, 그 보답의 기쁨
입력시간 : 2006. 04.04. 00:00
기고-나의 봉사활동을 돌아보며 - 내가 받았던 간병, 그 보답의 기쁨
/윤영숙 다솜이 가족봉사단장
몇 년 전 어느 날 몸이 피곤하고 나른해 병원에 찾아 갔더니 청천벽력 같은 간암선고를 받았다. 죽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아이들을 봐서라도 이겨내야겠다고 다짐하고 투병생활을 하던 중 나를 간병해 주던 간병인을 보았을 때 천사가 따로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만약 병을 이기고 건강해지면 나도 그처럼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결혼 전부터 복지시설에 간간히 물품 후원을 해 보긴 했지만 이렇게 절실하게 느껴 보긴 처음이었다. 하늘이 도우셨는지 병이 조금씩 호전되어 갔고 그 즈음 나의 생각을 아이들에게 말했더니 아이들도 흔쾌히 동의해 주어 남구자원봉사센터를 방문하여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봉사수혜자가 받을 기쁨도 기쁨이지만 나에게도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행복감에 젖어 일주일 내내 봉사스케줄을 잡고 바쁘게 활동을 했다. 요즘은 매주 이틀씩 소화자매원에서 생활하는 정신지체장애인들을 만나 목욕봉사활동을 한다.
그들과 함께 스킨십을 나누면서 목욕시켜 드리면 내 마음의 때가 씻겨지는 듯 개운한 기분이 든다. 70세가 넘으셨는데도 아가씨로 불러달래서 “아가씨, 목욕합시다”하면 함박 웃음을 지으시는 어르신. 목욕할 때만 너무 너무 완강하게 버티시는 분, 물 온도가 맞지 않는다며 투정부리는 분, 이렇게 어렵사리 목욕을 하면서 서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 새 우리는 친한 친구사이가 되고 만다.
노인치매전문병원도 마찬가지. 기다렸다고 반가워하시는 할머니들에게 옛날이야기며 그림그리기, 색칠하기, 퍼즐게임 등 놀이치료프로그램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면 눈빛으로도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묘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또한 일주일 중 하루를 남구보건소에서 민원봉사를 하며 느끼는 행복감 때문에 절대 빠질 수 없는 활동이다. 그리고 주말 이틀은 광주공원 사랑의 쉼터에서 어르신 무료급식봉사를 6년째 해 오며 그들에게 혹 소홀히 대하진 않을까 나 자신을 채찍질 하곤 한다.
수년 전 자원봉사센터에서 소개해 준 독거어르신과의 인연을 이야기로 글을 맺고자 한다.
아이들과 함께 일주일이 멀다 하고 찾아가 친정어머니처럼 모셔 왔던 분. 내가 만들어 간 음식도 옆집 할머니와 나누어 드실 정도로 인정 많으셨던 분. 그 분이 두달 전 생을 마감하셨다.
결혼 전 친정엄마가 돌아가셔서 효도할 기회를 놓친 나로선 이 분에게라도 지극정성으로 모셔야겠다고 다짐하고 아이들 손을 잡고 찾아 뵈던 날들이 지금은 그립기만 하다. 대소변이 힘드셔서 당신의 기저귀를 갈아줄 때마다 미안해 하시며 어찌할 줄 몰라 하시던 착한 분이셨다. 병원 침상에서 가지 말라며 내 손을 꼭 부여잡으시며 밝게 웃으신 천사 같은 모습, 때로는 간호사들 잘못을 귓속말로 일러주며 천진난만하게 좋아하시던 모습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하루하루 초췌해져가는 얼굴을 볼 수가 없어 할머니를 안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이제 마음을 다시 추스르고 그 분과의 인연을 가슴 한켠에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 그 분에게 다 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이제 내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시 눈을 돌려야겠다.
아픔과 불편과 슬픔을 갖고 사는 또 다른 소중한 친구-소화자매원 식구들, 급식소를 찾아오시는 어르신들, 옛날이야기 해주라는 할머니들, 보건소에서 만난 예쁜 아가들을 만나기 위해 오늘은 어디를 가는 날인지 봉사일정 수첩을 펼쳐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