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 장애인 직업재활센터, 점자교실
6개월 배우면 학업 수월, 취업도 가능
눈을 감고 손끝에 느껴지는 미세한 촉각에 온 마음을 담는다. 그제야 울퉁불퉁한 점들은 하나의 의미로 다가온다.
눈이 아닌 마음으로만 읽을 수 있는 점자(點字). 미세한 점들로 이뤄진 점자는 시각장애인의 문자이다. 손끝에 느껴지는 울퉁불퉁한 점들이, 시각장애인에게는 사랑을 노래하는 시이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읽어 주는 명작동화이기도 하다.
“일반인들이 한글을 모르면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기도 어렵습니다. 시각장애인도 마찬가지이겠죠. 하지만 아직은 보급률이 많이 저조합니다.”
‘점자’는 단순한 글자가 아닌 장애인에게 자신감과 독립성, 그리고 일반인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동등권을 부여하는 글자라고 말하는 배두진(49) 강사.
북구 장애인 직업재활센터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교실 강의를 하는 배 강사는 “점자를 능숙하게 읽고 쓸 수 있는 시각 장애인은 점자를 모르는 시각장애인들보다 취업률이 높고, 더 높은 자기 존중감을 갖게 됩니다. 때문에 되도록 일찍부터 점자를 배우는 것은 시각장애아 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라고 말한다.
이곳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일하고 있는 배 강사 역시 어린시절 홍역을 앓아 시력을 상실했다. 하지만 점자를 배워 초, 중, 고등학교의 정규 과정을 마쳤고 서울국립맹인학교를 졸업하고 자신과 같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일하면서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나라와 이웃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 오늘의 제가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은 일이지만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일로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지난 2월 13일 점자교실을 시작한 배 강사는 6개월 정도 공부하면 점자를 익힐 수 있다고 한다. 점자교실에 오면 한글의 ‘ㄱㄴㄷㄹ’이라고 할 수 있는 ‘맛수표’를 배운다. 그래야만 ‘가나다라’를 읽을 수 있고 글을 읽게 되는 것이다.
4년 전 당뇨합병증으로 시력을 잃은 이한수(50) 씨는 이번 점자교실을 통해 점자를 처음 배운다. “그동안의 답답함을 점자를 배워 풀어내고 싶습니다. 점자를 익히게 되면 마음을 글로, 시로 표현하고 싶다”며 “기회가 되면 침술도 배워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
점자는 단순히 의사소통 수단이 아닌, 장애인에게는 삶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점자를 몰라 책도 읽지 못했던 분들이 글을 배워 책을 읽고 안마를 배우고 침술을 배워 사회에서 일꾼으로 새 삶을 사시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는 배 강사는 어렵고 힘들어도 자신의 삶을 위해 한시바삐 배움터로 나오기를 권유한다. ‘순간의 귀찮음과 두려움을 이겨낸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일과 세상을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는 것이 배 강사의 생각이다.
처음에는 점자 읽기가 어려울지 몰라도 계속해서 만지고 읽다보면 자연적으로 읽게 될 것이라며 하나씩 차근차근 익혀가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