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2동 주민, 화재가정 십시일반 도와
도배·장판·가구·식사 등 생활 기반 마련
지난 5월 3일 오후 3시 40분경, 북구 오치2동 서산연립에서 불길이 솟았다. 25평대의 서민아파트인 이곳 105호에서 시작된 불은 205호로 옮겨 붙었다. 다행스럽게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불길은 살림살이 하나 남겨두지 않고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불이 시작된 105호보다 205호의 손실이 컸다.
자신의 집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접한 신현삼(47), 강영숙(43) 부부는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다. 시어머니를 간병하면서 지기 시작했던 빚과 지금의 집을 마련하면서 얻었던 융자금 때문에 자력으로 집을 다시 복구한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당장 갈 곳을 잃고 손놓고 있던 이들에게 주민들의 따뜻한 손길이 다가온 것은 지난 10일.
주민자치위원회, 새마을지도자협의회, 새마을부녀회, 통장단, 바르게살기협의회 회원들은 신씨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급히 주민회의를 소집했다. 그리고 너나할 것 없이 신씨의 집 복구를 위해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돈이 있는 사람은 후원금을 냈고, 기술을 가진 사람은 무료 봉사를, 건축자재·페인트 사업을 하는 사람은 원자재를, 음식점을 하는 사람은 신씨 가족과 봉사하는 회원들의 식사를 책임졌다. 아무것도 없는 바탕에 주민들의 온정이 모여 1300여 만원의 대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된 것이다.
5월 13일부터 신씨의 집은 다시 태어나기 시작했다. 불탄 집에서 돗자리를 깔고 생활하는 신씨 가족에게 하루라도 편안한 집을 마련해 주기 위해 공사는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계속됐다.
내부도색과 천정수리, 도배, 장판, 문, 신발장, 싱크대, 전자제품 등 자생단체 회원들의 도움으로 집은 하루하루 시간이 갈수록 제 모습을 갖춰갔다. 하루면 수 십 명이 다녀가면서 일손을 돕고 “더 필요한 것 없느냐”고 물어왔다.
하루도 빠짐없이 공사현장에 나오는 임도중(55) 주민자치위원장은 “일부러 모금을 하러 다닌 것도 아닌데 주민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보내오고 봉사해 주고 있다”며 “온 동네 주민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움직이니 오치2동이 사랑으로 충만한 것 같다”고 말한다.
김용술(53) 새마을 협의회장은 “개인이 돈들여 하는 공사보다 일사분란하고 안정적으로 진행됐다”며 “주민들의 순수한 봉사가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한다.
“오치2동 주민들의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연신 고마움의 인사를 전하는 강씨. 4년 전까지 부녀회 활동을 하면서 마을 일을 돕기도 했던 강씨는 시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되자 활동을 그만뒀다며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한다. 공사가 끝나면 온 마을 사람들을 초청해 집들이를 하고 싶다고 한다.